꽁한 인간 혹은 변기의 생

다른 사람의 일기를 읽는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도 하지만,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.
그 일기가 출판된 것이라면 더욱 재미있는 일이다.
대학시절에 읽은 일기중에서 ‘행복한 책읽기‘라는 책으로 부제는 ‘김현의 일기’가 기억에 남는다.
이 일기를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,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.
이 일기를 읽기 위해 사전과 다른 책을 찾아봐야했다는 것을.
나는 이 책을 통해서 많은 문학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.
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최승호씨의 시 한편이다.
너무나 바쁘게 지내거나, 의미없이 지내고 있을 때, 삶에 대한 충격이 된다.

꽁한 인간 혹은 변기의 생
– 최승호

나에게서 인간이란 이름이
떨어져나간 지 이미 오래
이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
흩어지면 여럿이고
뭉쳐져 있어 하나인 나는
이제 아무것도 아니다
왜 날 이렇게 만들어놨어
난 널 害치지 않았는데
왜 날 이렇게 똥덩이같이
만들어놨어, 그리고도 넌 모자라
자꾸 내 몸을 휘젓고 있지
조금씩 떠밀려가는 이 느낌
이제 나는 하찮고 더럽다
흩어지는 내 조각들 보면서
끈적하게 붙어 있으려 해도
이렇게 강제로 떠밀려가는
便器의 生, 이제 나는
내가 아니다 내가 아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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